이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쓸 말이 한 줄 늘었다.
(언제나 강아지쪽이었으므로)
'일생에 없었던,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Posted by 방영남

A Place After Rain

분류없음 2008/07/2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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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대로 비가 왔다.
맨발로 진흙 위를 걷는 건 나쁘지 않았다.
'점프, 점프' 밖에 없는 록페스티벌이 지겨울거란 건 벌써 알았다.
딱 재밌으리라고 예상했던 팀만 재밌었던 게, 내가 꼰대란 뜻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베스트 모먼트는 문샤이너스가 앵콜 부르고 퇴장하니까
청중들이 앵콜 곡 코러스를 합창 하면서 다른 스테이지로 이동 할 때.
더 가십은 셋리스트에 슬쩍 끼워넣은 대로 사이코 킬러+원 모어 타임+위 아 더 챔피언의
조합이라는 것, 좋다고 그렇게 말해도 아무도 새겨 듣지 않더니, 25일의 승자는 역시나
더 뮤직이라 뿌듯했던 거나, 턴을 듣고 푸쉬업과 박형우가 동시에 생각나더라는 것, 김명길 선생님이
여전히 '꺾어서' 부르시는 음성에 감격하였던 것, 더 고! 팀과의 댄스 타임 따위가 삭제되지 않았다.
(더블 훼이머스는 그 소리 어떻게 할 거냐고, 이 사람들아...)

페스티벌 사진으로 기념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
청중들이 무대 앞에서 일제히 카메라 들고 있는 모습에 질려서 카메라는 꺼내지도 못했다.
비 맞으면 식어버리는 건 청춘도 아니지만, 노래보다 사진이 중요한 청중들의 페스티벌에
청춘이 있는가도 잘 모르겠다.
여름이다.

사진은 richard kern.
Posted by 방영남

<에디터인터뷰 - 이상백>

우리는 허영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게 허영인지 아닌지 화제를 던져 의논해보기도 했고, 허영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를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상백씨는 의외의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으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간이 한참 흐른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 후일담들이 썩 피폐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아니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상백씨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사이에는 허영이 나쁜 건 아니잖아 하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허영이란 말을 놓고 쓰려고 하니 왜 그럴까요. 제 머리 속은 온갖 배척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찹니다.

허영이 그렇게 나쁜 거라면 반드시 훌륭할 수밖에 없는 그 반대쪽은 뭐죠. 진심? 진상? 그런데 전 멋대가리 없이 진심만을 유지하기 위해 사는 사람도 우스울 정도로 허영으로 가득 찬 사람도 좋아하거든요.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면 그때에 중요한 덕목은 도식적이 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이 글을 마칠 때까지의 제 임무가 되겠네요.

교복을 입은 17세의 상백씨가 도서 박람회의 한길사 부스를 향해 걸어갑니다. 커피를 타는 동안 한 번쯤 창 밖을 바라보곤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들릴 부스는 대개 정해져 있는 법이죠. 그는 그레이트 북스 시리즈 앞에 멈춰 서서 무언가를 골똘하게 고민하면서 책들을 들춥니다. 까다로운 그의 눈썰미에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이 걸려듭니다. 화이트헤드라는 이름과 그 이름처럼 책의 Head도 흰색이란 점, ‘관념’과 ‘모험’이라는 대단히 자극적인 단어 때문에 그 책을 고른 거라고 생각지 마세요. ‘읽기 어려운 책’과 ‘질문’이 담긴 책을 좋아했던 그가 표지만 보고 그 책을 선택했을 리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표지만 본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당신도 카페에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차를 주문해본 적 한 번쯤은 있을 거 아닙니까. 꼭 그런 상황처럼 조금 우쭐해져서 그는 계산대에 책을 내밉니다. 주위에는 한길사의 직원 몇 분이 서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그를 보고 한마디 합니다. 야, 이거 니가 읽기 좀 어렵지 않겠냐, 순간 그는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의 내면에서 완결된 선택을 한 사람이 의심했기 때문이었겠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대상에 분노를 퍼붓는 경우도 있지만 한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 그의 진심을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어떤 아이가 명반을 훔쳐 가길래 모른척 해주었다는 레코드샵 갑씨의 눈으로 그를 보면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는 매력적인 아이니까요. 허영이든 호기심이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것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 거죠. 그래도 상백씨의 다음 말이 좀 심하긴 심했습니다. 아저씨들이랑 주먹으로 붙어도 제가 다 이겨요, 하하. 괜찮아요. 원래 남자들은 웃옷을 벗으면 가슴도 부풀리고 그래야 귀엽잖아요.


-모 매거진의 창간 기획으로 썼던 글인데, 매거진 자체가 무산되었죠. 문득 생각나서 여기에 올립니다. 우리는 허영이라는 주제로 서로에 대한 글을 쓰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상백씨가 쓴 저에 대한 글이 무척 궁금한데, 읽어볼 기회가 닫혔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상백씨는 베이컨의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 초상화에 대한 연구>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고 했었죠. 상백씨와의 20대 후일담 재밌었어요. 빈말이 아니라, 언제 또 만나고 싶네요. 우연히라도 이 글 보면 연락줘요.

Posted by 방영남